작가노트

사람들은 유년시절로부터 어른으로 성장해 오면서 가장 큰 것을 잃어 버린다. 그것은 바로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하는 마음이다. 뉴욕에서 생활하면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과들 접하면서 느꼈던 안타까운 점은 각박한 세상속에 너무 물들여진 현실속의 안타까움 이였다. 2007년 미국에 유학 왔을 때 냉정하고 차가운 현실부터 공부해야만 하는게 나에게는 가장 큰 숙제였다. 그때부터 세상을 살아가는 현실은 쉽지 않음을 느껴서 하루하루 옛시절의 회상을 통해 순수함을 평생 잃지 않을 것이라고 큰 다짐을 하였다. 순수했던 지난 과거의 기억들을 회상하면서 그나마 위안을 느꼈고 마음은 늘 어린아이처럼 솜털 같은 이미지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스스로에게 당부하였다. 내 작업속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이들은 순수함을 평생 간직 하면서 살아가고 싶은 나의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냉정한 현실속에서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살아가야 할지라도, 사람들의 소중한 감정과 진실은 시간이 반드시 통한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자연친화적인 공기들과 귀여운 동물들의 조화는 내가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꿈꿔왔던 천국이였고 정신적 행복이였다. 아직까지도 물고기와 별님, 달님, 구름, 꽃님 들은 나의 소중한 친구들이며 동식물과 나의 대화는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줬던 가치있는 순간이였다. 비롯 짧은 순간의 행복했던 시간, 작고 소소한 시간이였 더라도 다시 회상할 수 있다는 만족감이 마음속 깊이 쓰리고 있으며, 정신적 고뇌를 잊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살이의 힘듦을 느낄 때 마다 내 그림을 보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절실한 바램이 있다. ‘나’라는 사람은 두명이 아니라 이 세상에 하나밖에 존재 하지 않기 때문에 때뭇지 않는 순수를 돌이켜 보며 작업을 하는 순간만큼은 행복의 의미를 배우는 중이다.
People are not computers. They have emotions and need emotional recogn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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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평론

조나단 굿맨(Jonathan Goodman, 뉴욕 미술 평론가 & Pratt Institute 교수)

젊은 한국 작가인 임수진은 동년배의 많은 아시아계 아티스트들과 같이 그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스스로 표출해 내는 팝 아트의 길을 선택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팝 아티스트로서 그녀는 눈이 큰 어린 소녀들이나 컬러풀한 보타이(넥타이)와 옷을 갖춰 입은 화려한 동물들을 화폭에 담는다. 만일 그림 속 소녀들의 머리에 불이 붙어있지 않다거나 웃으면서 동시에 울고 있지 않았다면, 이 이미지들은 그저 천진하게만 보였을 것이다. 임수진 식 팝의 미학은, 심플하고 간결한 형태로 인간과 여러 존재들을 표현하면서 감성으로 회귀하려는 의도를 품는다. 이는 세상을 친근한 눈으로 바라보기를 거부하려는 듯 한 무뚝뚝한 표정의 아이들을 주로 그리는 일본 작가, 나라 요시토모의 이미지를 떠올르게 한다.

두 작가 모두, 감정을 강조하고 있으나 임수진의 경우, 그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감수성을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녀의 표현 방식은 진정으로 아이와 같고, 모조 순수함을 넘어 어른의 삶을 거부하는 세계로 이동한다. 눈물은 이전, 아마도 부모 세대가 달랠 수 없는 아픔을 보여주지만, 이는 모두 거짓 없는, 진정으로 순수한 환경으로 가고 싶은 염원이다. 임수진의 “Fire” 연작은 2011년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 도서전 북 페어 모음에 선정되었고, 그 후 뉴욕, 마이애미, 홍콩, 서울 등에서 전시활동을 하고 있다.

“Fire”시리즈 속 이미지들은 굉장히 유사하다. 작은 여자 아이의 머리는 계속 반복하여 등장하는데, 소녀의 머리카락은 초록, 빨강, 짙은 핑크(마젠타)이다. 각 초상화에서 머리는 불이 붙어있는데, 이 불은 보통 수직적으로 긴 모양이다. 소녀들의 얼굴 모양은 어두운 동공의 큰 눈, 두개의 점으로 표현된 코, 아주 미세한 커브 라인으로 표현된 입으로 간단하게 그려졌다. 이 소녀들이 웃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녀들의 눈물은 이미지의 감성적인 부분을 지배한다. (우리는 임수진의 작가노트 마지막에 적힌 다음의 문구를 떠올릴 수 있다. “사람들은 컴퓨터가 아니다. 그들은 감정이 있고 감정의 인식이 필요하다”)

한 그림에서, 소녀의 얼굴은 고양이의 몸에 붙어있고, 꼬리 끝은 노란 리본으로 묶여 있다. 그 고양이 소녀는 꽃무늬 레이스로 된 몸을 갖고 있고, 머리에는 초록색 배경으로 향하는 두 개의 불꽃 사이에 왕관을 쓰고 있다. 이것은 기이한 장치이지만 임수진의 기이한 세계에서는 있을 법 한 일이다. 우리는 이 감정과 상상의 결합이 작가에게 큰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의 노력이 그 상상의 세계에 현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확실히 자극적이고 어린 아이의 순수함이 승리하는 세계로 관객을 이끈다.

캔버스에 혼합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어진“Miss you, YOU” 라는 제목의 두 작품은 여러가지 색이 뒤섞인 빅사이즈 보타이를 맨 화려한 인물들을 보여준다. 한 작품에서는 푸른 별이 큰 눈 하나를 갖은 애벌레같은 생물에게 막대사탕을 주고 있다. 색색의 구름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고, 그 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친구야, 나 네 생각하고 있었어. 그리고 네가 정말 그리워. 이 막대사탕 먹어.” 이 애벌래의 눈은 작고 초롱초롱한 아이의 순수함을 갖은 그 별을 향하고 있다. 다른 이미지에서는 강아지처럼 보이는 동물이 막대사탕을 들고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작은 조각을 먹기 위해 입을 벌리고 있는 컬러풀한 물고기에게 묻는다. “예쁜 물고기 친구야, 뭘 먹고 있니? 그게 내 달콤한 사탕보다 더 맛있니?” 순수함이 묻은 이 두 텍스트는 임수진의 그림의 순수함과 어울린다.

마지막 작업 “Please, Look at Me(제발 나를 봐줘)”에서는 발은 두 개, 등은 노란색 보트이며 모양은 둥근 어떤 생물이 푸른 별과 막대사탕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주빛 달에서는 어쩌면 눈물일 지도 모르는 비가 떨어지고, 눈이 하나 달린 생물에게 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친구야 울지마. 내가 여기 있잖아. 하늘 끝에서부터 작은 보트를 타고 왔단다.” 여기에서 이야기 속 각각의 캐릭터들의 어린아이 같은 성격은 탁월히 영적인 요소를 갖는다. 그러나 역시 이 안에는 극복해야 할 인간의 깊은 눈물과 슬픔이 서려있다. 같은 제목의 작업 “Please, Look at Me(제발 나를 봐줘)”에서 임수진은 다색으로 그려진 물고기가 역시 다색으로 그려진 코끼리를 탄 모습을 그린다. 그 코끼리의 꼬리와 코는 보타이 리본으로 묶여있다. 물고기 위에는 사람의 얼굴을 한 불가사리가 막대사탕을 들고 있는데, 이 불가사리는 작가 자신의 마스코트, 즉 표상으로 보인다. 내포하는 요소가 초현실적인 “Please, Look at Me”는 작가가 페이소스적이면서 충만한 사랑이 담긴 자신의 시나리오 속 캐릭터를 결정하고 유지하는 능력이 뛰어남을 보여준다.

임수진은 간단해 보이는 그림과 감정들을 다루고 있으나, 그로써 그보다 더 큰 것을 대변하는 효과를 연출하는 작가이다. 그러한 이유로 그녀는 진정한 작가라 하겠다. 그녀의 작업은 영원히 지속될 문제들 아주 순진해 보이는 방법으로 풀어내지만 사실은 더욱 심각하고 첫인상보다 멜랑콜릭함을 보여주는 새로운 세대의 아시아 작가들의 그룹에 속해 있다. 임수진은 그녀의 그림 속 어린아이 같은 인물들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페이소스를 찾는다. 그 인물들은 인류의 불안을 상쇄하려는 시도를 하며 순수하게 연극적 의식을 치른다. 임수진의 작품은 처음에는 별나 보이지만, 작가의 역량으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더 훌륭하고 진지한 세련미를 갖추고 있다. 그녀의 이미지들은 인간이 겪는 고난의 한 부분을 기억하기 쉽게 표현하고 있으며 작품속 인물들의 컬러풀한 디테일과 심플하게 표현된 다치기 쉬운 연약함은 우리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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